채운산 빛고아

베짱이 아가씨가 찔꼭 짤꼭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켜고 일을 해요 밤 새워 추석 준비 바쁘대요 파란 옷 아가씨는 눈이 밝아 멀리서 반짝이는 별에 비추어 밤새워 쉬지 않고 베를 짜요 1983년

잠자리가 이 논 저 논으로 나는 까닭을 알지 누구네 벼농사 더 잘 지었나 심사하러 나온 까닭을 알지 잠자리가 이 밭 저 밭으로 나는 까닭을 알지 누구네 곡식 채소 더 잘되었나 둘러보는 까닭을 알지 1986. 10

잠자리가 꽃밭에 졸다가 잡혔다 졸으리 졸으리 그래도 졸으리 싸-알 잠자리 잠자리가 풀밭에 잠자다 잡혔다 잠자리 잠자리 그래도 잠자리 보리 잠자리 잠자리가 빨랫줄 앉았다 잡혔다 앉으리 앉으리 그래도 앉으리 고추잠자리 잠자리가 바지랑대 쉬다가 잡혔다 또 쉬리 또 쉬리 그래도 ..

의사도 아닌 것이 간호사도 아닌 것이 주사는 왜 줘 뇌염 앓으면 어떻게 1982년

음악가 매미는 높은 나무 위에서 무용가 나비는 꽃밭에서 비행사 잠자리는 공중에서 즐겁게 즐겁게 놀고 있어요 1982년

잔치 잔치 벌렸네 벌들의 꽃 잔치 영돌이네 담 옆에 사과 꽃이 만발해 노래하며 춤추네 벌들이 춤추면 우리들도 즐겁고 꽃들도 웃는다 꽃아 꽃아 지지마 벌 친구 떠날라 1982년

싸움 친구 놀이친구 바로 밑 동생 코흘리개 귀염둥이 막냇동생 친구 하나 못 이기는 나 우리 집은 개구쟁이 셋이랍니다 1982년

곱게 곱게 물들은 단풍잎들이 가을을 아름답게 수를 놓아요 단풍잎 주워 모아 무얼 만들까 빨강 노랑 연두색이 잘 어울려요 1982년

은행잎으로 불로치 만들어 엄마 드리고 은행잎으로 핀 만들어 누이동생 주고 은행잎으로 나비 만들어 막내 동생 주고 은행잎으로 꽃을 만들며 놀자 1982년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가는 기러기들아 아름다움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노래 소리 들을 때마다 하늘 보며 감탄만 …… 오늘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어제는 저쪽에서 이쪽으로 기러 기러 기러기 바람을 일며 그 모두 몇 마리냐? 까만 날개 흰 배는 통통 198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