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껏보리님!
오늘은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내가 어려서 자란 곳 은 부여군 충화면 가화리 마차실입니다.
거기 한번 시간 있고 기회다면 가보세요.
요새 sbs방송국에서 하는 서동요(선화공주)를 촬영하느라고 셋트장을 짓는 중입니다.
어제 저녁에 사위가 전화로 가까운 충화의 셋트장 구경을 가겠냐고 묻기에 간다고 하고 고향에 전화를 거니 우리동네랍니다.
내가 살 때는 집안도 많았고 동네도 제법 컸지만 지금은 다 떠나고 빈집들이 많고 다 헐리고 87년 강경 물난리 나던 해에 고향 뒷산도 떠내려가고 동네도 그때 많이 변했답니다.
어려서 내가 살던 동네도 몰라보게 변했지요. 동네 앞에는 큰산이 있어 저수지가 생기기 전엔 명절 때나 놀이 때에 그 산 중턱에서 놀기 좋은 곳이 있어 놀았지만 저수지가 생기면서부터는 그 산은 잘 안가니 울창해서 사람도 못 다니게 변해서 못 갑니다. 그 산 말고도 아름다운 조그만 울바위 산이 경치 좋아 저수지로 둘러싸였고, 제2의 낙화암이라 불리 울만큼 한 쪽에는 낭떠러지 바위산이라 먼데서도 사람들이 뭉쳐서 오는 사철 등산객을 부르던 산이 있
습니다. 산꼭대기에는 마당처럼 넓은 바위들이 있어 놀기가 좋습니다. 그 때는 민둥산이 많은 때라 산들이 큰 나무들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요새는 언제부터 지었는지 울바위에서 동네 한쪽까지 촬영장을 지어 촬영 중이랍니다.
촬영하는 날은 목, 금, 구경꾼이 많이 오는 날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랍니다.
나는 그 산꼴에 누가 그렇게 구경꾼들이 올까 생각했는데 가보니 경상도 차까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훨씬 많았습니다. 오늘 서울서도 온다고 했다고 기다리더군요.
2005.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