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봄이면 찾아오는 병

채운산 2006. 7. 11. 00:42

                봄이면 찾아오는 병


나는 왜 이때만 되면 밖으로 나가고 싶을까?
바구니 끼고 텃밭과 논두렁 뒤지며 나물 캐고 싶을까?
나의 봄 병일지도 모른다.
먹고싶은 것보다는 캐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하다.
달래먹고 싶으면 서당골 산비탈 보리밭으로 가
산토끼 배고파 보리 싹 도둑질하다 똥 싸고 간 것들 밟고
신이 나서 칼 장단 치며 콧노래 부르면서 달래 찾다
바늘처럼 색실처럼 나는 것들을
친구들보다 먼저 캐려고 달려가 쪼그리고 앉아서
하얀 실 뿌리에 흰 구슬 나올 때까지 캐느라 재미가 있었는데
돌무더기의 가시덤불 사이로 보이는 것들까지도 욕심이 나서
손등을 쿡쿡 찔려가며 이리 치우고 저리 치우며 캐서
물이 철철 흐르는 네모진 공동 샘에 가 씻어서
도마 위에 一자로 올려놓고 송송 썰 때부터 기분은 그야말로
고춧가루와 깨소금만 넣어 저녁상에 달래 장 놓으면
온 식구들 달래 향에 취해 한 술 떠서 비벼먹기!
아~~그 세월이 그리워라 그 친구들 보고파라!
친구들은 다 경기, 서울 쪽에서 사나 주소는 모른다.
그들도 지금 고향생각 하고 있을까?
시장에 다니며 나물 볼 때는 고향생각 하겠지
얘들아 우리 논두렁 밭 두렁 가보지 않을래?
지금도 나는지? 아마 꽂다지와 냉이는 꽃 핀 것도 있을 것이고
쑥은 아직 뾰족뾰족 차마 칼 못 댈 걸!
하지만 소담스런 소루쟁이는 흔할 것이다.
우리 수렁배미는 미나리 할아버지와 둑새풀이 지천이겠지!
아이들은 둑새 풀도 알이 통통한 것은 뽑아 간식으로 먹었지
미꾸라지들 땅 속에서 잠자다 나와 헤엄치고 다니며
보리밭 파릇파릇 푸릇푸릇!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 나던 곳!
가화 저수지는 황금물결 헤치며 붕어, 메기, 가물치가 뛰어 노는 것
할아버지 낚싯대 둘러메고 다래끼 들고 강태공 놀이 하셨고
풀 속에는 징거미가 엉금엉금 톡톡 튈 때
아버지 장화신고 긴 대에 그물 달아 징거미 한 양동이 씩 잡아오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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