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노로

채운산 2006. 3. 3. 12:19

                                노 로

                                                  이 하 자

 

나이 드니 젊었을 때 술로 망친 몸 후회한다.
이 병이 급하여 수술할까 하면
생각지도 않은 병이 더 급히 앞장을 선다.
내가 왜 이렇게 됐나, 왜 비실비실 하나?
친구들은 다들 힘도 세고 건강한데!
유달리 쇠약해 지는가, 급한 병이 한 두개가 아니니
어떤 병부터 손을 써야 하나, 일이 안 잡히고 불안하다.
아내는 입원 준비물을 여러 곳에 적어두고 아차 하면 ~~
아내는 아내 약까지 준비물에 써넣었다.
항상 입원 보따리 빠른 대비가 좋으니까
하도 입원을 자주 하니 헛소문까지 나돌아
하루에도 몇 건의 전화가 왔다. 입원했냐고?

 

병원의 약부터 한약과 민간요법으로 지은 약이며
좋다는 약 헤아릴 수도 없고
플라스틱 통 몇 개가 약초로 가득한데
지금도 오가피와 진피를 그늘에서 말리고 있다.
만들어 놓은 약은 쳐다도 안 보고 새로운 약 또 찾는다.
약이 가짓수도 많아 다 먹을 수도 없다.
식사 때 되면 찬마다 왜 그렇게 맛은 있는지
숟가락 놓기 아쉬운데 힘은 못 쓴다.
작년 봄 이 명으로 한 쪽 귀먹어 입원해 찾은 귀
일년도 못 되어 또 오는지 자동차 타이어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벽부터 난다.
아내는 빨리 병원에 가 보라하나 며칠 두고 보자 한다.

 

분재와 화초를 좋아하는 아내는 언제 입원할지 모르는데
금년에도 또 가꿔야 하는지!
그 동안은 막내가 있어 맡겼지만
정 다급하면 며칠 물 주기를 맡기려고
아래윗집 옆집 다 둘러봐도 맡길 사람은 없다.
일년초는 못 가꾸면 다음해로 미루지만
몇 년 생 나무는 며칠만 돌보지 않으면 영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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