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고향의 꽃

채운산 2016. 9. 18. 20:29

고향의 꽃 

 



 
이 배롱이 이태 동안 꽃이 피었는데 그때는 여름에 뜨거울 때는 망을  쳐주고 아침 저녁때는 망을 걷어줬다.
금년에는 귀찮아서 망을 주야로 쳐 놨다. 그랬더니 봉오리가 안 보이는데 신작로 지나다 보니 가로수가 피었다.  

아하! 양수를 음지에만 둬서 그렇구나 하고 밖에 내놓았더니 햇빛만 그리워하던 배롱들이 이제야 사명을 해야겠다고 좋아하며 분화를 시작해 한 달 만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이 좋아라 아이 좋아라 예쁜 꽃들아
너도 좋고 나도 좋다 아이 좋아라
너를 보려고 키우는데 안 피면 어떻게 
 
고향에 고대광실 다락 옆 담 밖에
배롱나무 한 그루가 꽃으로 뽐 낼 때
아가씨들이 다락에서 뜨개질과 길쌈하다
누군가 선창을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합창이 된다
조용한 마을에 다 들리다시피
갖게장 오가는 사람도 고개 돌리고
우물에 아낙네들 일할 때 귀가 즐겁고
새막의 남정네들 이야기하다 멈춘다 
 
사랑방 잠자리에 누우면 모기장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노래 가락 지금도 아련하다
그 모습  곁에 두고 보려고 너를 기르노라
꽃을 보면 생각나고 노래도 들리는 듯 
 
미니배롱 딴 데 섞여 봄에 순 집기를 안 했더니
나를 원망한다
미안하다 나도 네 꽃 보고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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