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에서 뻐꾸기 울어대니 단오가 오나보다
고향에서 저리 울면 단오가 오더라
보리 수확하며 모내기 바쁜 시절에
총각들이 짚으로 동아줄 틀어
밤나무 밭 한일자로 뻗은 가지에
그네 매놓고 뛰다 가면
눈썹달이 신호를 하지
온 마을 아가씨들 다 모여서
두 팔과 다리 굴러 절정에 도달할 때
깔깔대고 박수치며 환호성 소리에
입 다물 줄 모르고 신이 났었지
고향 떠난 지 십 년 만에 가보니
밤나무 없어지고 뽕나무가 크더라
그 밤나무 밭 여름엔 남자들의 쉼터라
온갖 사연을 퍼 나르기도 많이 하였는데
함께 뛰던 고향 친구들아
위 청등 아래 청등 황새나무에 그네 매면
해군복 칼라가 손바닥만 하게 보였어
학교 오갈 때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지석리 소나무 그네까지 찾아다녔지
주학아 정자야 단오 때 되면
유별나게 좋아하던 우리 삼인 생각하겠지
병목안 산 넘어 다닐 때는
시남리 너희 집 뒷산 밤나무에 맨 그네를 뛸 때
너는 빨간 앵두를 따왔지
그런 일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백발이다
어린 시절 같으면 극 늙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