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그때 그 시절(단오)

채운산 2016. 6. 6. 02:44


 

앞산에서 뻐꾸기 울어대니 단오가 오나보다

고향에서 저리 울면 단오가 오더라

 

보리 수확하며 모내기 바쁜 시절에

총각들이 짚으로 동아줄 틀어

밤나무 밭 한일자로 뻗은 가지에

그네 매놓고 뛰다 가면

눈썹달이 신호를 하지

온 마을 아가씨들 다 모여서

두 팔과 다리 굴러 절정에 도달할 때

깔깔대고 박수치며 환호성 소리에

입 다물 줄 모르고 신이 났었지

 

고향 떠난 지 십 년 만에 가보니

밤나무 없어지고 뽕나무가 크더라

그 밤나무 밭 여름엔 남자들의 쉼터라

온갖 사연을 퍼 나르기도 많이 하였는데

 

함께 뛰던 고향 친구들아

위 청등 아래 청등 황새나무에 그네 매면

해군복 칼라가 손바닥만 하게 보였어

학교 오갈 때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지석리 소나무 그네까지 찾아다녔지

 

주학아 정자야 단오 때 되면

유별나게 좋아하던 우리 삼인 생각하겠지

병목안 산 넘어 다닐 때는

시남리 너희 집 뒷산 밤나무에 맨 그네를 뛸 때

너는 빨간 앵두를 따왔지

그런 일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백발이다

어린 시절 같으면 극 늙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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