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오산

채운산 2015. 12. 29. 14:04


                                                  오산


2015. 10. 18 찍은 것인데 미세먼지로 흐립니다.

지금 보이는 저 산 이름은 오산뎅이라고 고향에서 부릅니다.

추석 때나 봄 가을에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소풍들도 가고요.

저 산 꼭대기에 봉우리가 세 개 있는데 제일 낮은 봉우리에만 올라가도 언제나

장항 제련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보였습니다.

산이 좀 높아 경치도 좋고요. 가운데 큰 나무 몇 그루 있는 데는 절 터가 있습니다.

빈대 잡다 탔다는 소리를 들었다. 조금 동쪽으로는 동굴이 있고 공터가 있고,

바위에서 나오는 물이 있고 너른 바위가 있어 사람들 놀기 딱 좋아 풍물 치고 놀았습니다. 

서당에서 야외 공부하러 갈 때면 나도 삼촌 따라가 맛있는 떡 같은 거 얻어먹고,

놀며 이름 모르는 꽃들을 꺾기도 하고 캐다 울 안에 심곤 했었지요.

62.5사변 때는 저수지가 생겼는데 그 동굴에 사람들이 피란 와서 사느라고

조석으로는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8.15해방 되던 날 식전에 일찍 샘에 갔는데 그 때가 여덟 살 때라

일하러 간 것이 아니고 사립문에서 몇 보 안 되니까 샘 위에 길이 있는데 나갔다가

오산 밑으로 국방색 옷 입은 인민군들이 끝도 없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사 오기 전에 절 터엔 등 너머 김 씨 네가 양철 집을 지었던 집이 있었는데

누구 말 들으면 유명한 고약을 만들 때면 그 집에서 고았다 하더군요.

2005. 9. 25 갔는데 그때도 보였는데 2015. 10. 18 지금은 울창해서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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