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할아버지는 낮에는 동네 남자들이 모이는
밤나무 밭 원두막으로 가신다
밤나무 밭 한쪽에 참외를 심어서 원두막을 지었다
원두막 밑에서 밀대방석 틀을 놓고
키가 훤칠하고 깨끗한 호밀 대와
웃음과 이야기를 섞어 엮으신 밀대방석을
저녁때가 되면 마당에 깔고
한쪽에 모닥불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온 식구들 모여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바가지 들고 공동 우물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시끌벅적 목욕을 하고
반짝이는 하늘 보며 저것은 북두칠성
저것은 은하수 하다 별똥별도 보면서
한바탕 밀대방석에서 뒹굴고 놀 때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보고
신이 나서 쫓아가 잡아가지고
얼굴 몇 군데 붙이고 좋아하며
하하하 하하하
동무들과 만나서 서로 내 얼굴 봐라!
반딧불을 부칠 곳보다 적게 잡으면
반딧불을 쪼개면 늘어난다
쪼개서 붙이기도 하였다
198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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