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진도

채운산 2015. 12. 23. 17:01

진도

 

갈매기는 어디 가고

물결이 세차게 흐르는데

대교를 건너가니

진돗개 형상이 지방을 상징하고

개장에 든 개들은 값이 대단하가

바닷가에는 곱게 핀 동백꽃

그 나무 밑에도 낙화가 곱구나

어장의 어선들은 둥둥 떠 있는데

어민들의 손길이 얼마나 고달프고 바쁠까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다를 바라보며

자도(子島)의 거리를 눈으로 재어보다

때 맞춰 오지 못한 것 아쉽지만

부지런하고 억척스런 사람들은

미역과 다시마 잎 주워 갖고 오니

차주는 짠 것을 못 마땅히 생각하여

준비해 두었던 비닐봉지를 돌리네

 

빈집에 미역 나부랭이 몇 잎 널어놓고

큰 개 한 마리 팔자 좋게 누어있는데

객들이 미역을 만지고 한 가닥 가져와도

진돗개 아닌 황구는 짓지도 않는데

주인들이 작은 차에 감은 호수 싣고 와

말려두었던 해산물 팔기 재미있겠다

 

농토는 조그만 뙈기로 비탈졌는데

대파 약간과 주로 양배추라

어떤 밭에서는 한창 출하하고

어떤 밭에서는 아낙들 비닐멀칭 속에 이식하고

어떤 밭에서는 어느 정도 컸으며

어떤 밭에서는 물을 주나 약을 치나?

사시사철 그칠 날이 없구나

 

귀가 길에 따스한 봄바람을 유달산 올라가

여기는 동백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계룡산 안테나에 시 한 수 실어 보내려 하는데

노래 실력을 아는 사회자는 마이크를 주지 않네

 

해는 서산으로 자꾸 기우는데

짐차들은 둥글둥글 양배추 싣고

북쪽 경매장으로 달린다

앞산을 봐도 붉은 진달래

옆 산을 봐도 붉은 진달래

가로수는 동백과 개나리

오는 인사 가는 인사

그칠 줄을 모르네

 

관광버스가 어둠을 뚫고 시내를 지날 때면

나를 불꽃으로 맞아주니 신의 여신이 된 것 같고

육교를 지날 때는 꽃밭을 밟는 것 같고

고속도를 지나다 머리를 창천으로 올려다보니

반달이 동동 떠서 길을 인도하는데

고개 살짝 돌리니 잔별들이 환송을 하네

 

2001.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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