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열 나흗날 저녁에 동네 아낙들
백무리 쪄서 시루 채 이고
짚 한줌 쥐고 가서
짚 위에 나물 쏟아놓고
촛불 켜놓고
다리 없는 냇물에 오쟁이 몇 개 만들어
군데군데 징검다리 놓고 유황님께 빌고
산신님께 빌고 삼사거리에서 두 손 모아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식구들 금년 새해에 운수 대통하게 하옵소서
하며 허리 구부리며 동서남북에 대고 절을 하던 미신 자들
염라대왕이 순서대로 데려가서 얼마 없어
무얼 먹고 사나?
빌고 집으로 가면
이웃동네 아들 친구들이
떡을 나눠 먹으면서 웃는 다는데
2000.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