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염
어느 시에 개 발톱 깎아준다는 글을 읽고 생각이 나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누가 개를 줘서 기르는데
안주인이 그 개를 보니 얼굴 모양이 참 보기 싫은데
그 중에도 시커먼 수염이 더 보기 싫어
가위로 깎아주면 좀 낫겠다 싶어
수염을 깎아주었다.
개를 준 사람이 오더니
어! 수염 깎았네?
예. 시원하게 깎았어요.
남편이 돌아오니 꼬리치며 반가워하는데
수염이 없는지라!
나 저것 못 키우겠네!
왜요?
수염 보느라고 키우는데 수염이 없으니!
장날 아침에 개장사가 소리치며
개-나 고양이 염소 삽니다~
개-나 고양이 염소 삽니다~
여보세요. 여기 개 사가세요!
우리 개 팔려고 해요.
어! 수염을 깎았네!
안사요! 수염이 없으니!
세월이 가면 수염이 길어날 줄 알았는데
안기는 구나!
보기 싫은 수염이 뭣이 예쁘다고 키나?
며칠 후에 딴 개장사가 소리 지르는 소리 나서
부리나케 나가 개장사를 불렀다.
개를 쳐다보더니
음?
개를 살 거요, 안 살 거요?
사기는 사는데요.
이걸 어디다 파나?
2008.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