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심장 수술 환자

채운산 2008. 6. 14. 21:38
 

심장 수술 환자

 


중환자실에서 나와 입원실로 들어가니

창쪽의 영감이 오늘 퇴원이라고 보따리 싸놓고 수속 대기하고 있는데

그 보호자 자기 뒤에 있는 빈 침대에 앉은 사람을 보며

간밤에 이 아저씨가 두 번이나 덮쳐서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 하네!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제가요?

예.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하고 심각하거나 크게 미안하지도 않은 표정으로 다른 곳으로 가니까

아이고, 두근두근 하네. 그 마누라가 끌어다 침대로 데려 갔는데

언제 또 와서 그래요!

이 환자가 간호사 보고

왜 퇴원 안 시켜줘요?

마누라가 듣고서

간호사가 퇴원시켜주나? 왜 간호사보고 그래?

내일 퇴원한다는데 하룻밤만 참아요.

아무소리도 없다.


처형과 마누라가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 환자가 없어졌다.

둘이 병원을 찾아봐도 없다고 간호사 실에서 방송을 한다.

14층 19호 아무개 씨는 급히 14층 간호사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이 방송이 조금 있다 하고 계속한다.

마누라는 집에 갔는지 모르겠다며

전에도 선병원에 있을 때 집에서 떡하니 앉아있어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가보고 올 테니 환자 오면 꼼짝 말고 있으라고 좀 하세요.

핸드폰도 침대위에 놓고 갔으니 전화도 안 되고 어쩌나?

집이 어딘데요?

월평동이라 가까워요.

그 언니 하는 말은 영감이 하도 이혼해 달라고 해 이혼한  사인데

자식들이 아버지가 불쌍하다고 밥이라도 해주라 해서 살아요.

자식마누라가 집에 가 봐도 없다고 걱정을 한다.


아침 새때 나간 환자가 저녁 새때 병실로 들어왔다.

어떻게 찾았어요?

택시타고 이리가자 저리가자 하니까

운전기사가 환자복을 보니

이 병원 복 같아서 왔다고 하며 간호사실에 왔어요.

마누라가 택시 값은 줬어요?

줬어.

돈이 어디 있어서 줘요?

동사무소에 가서 빌려달라고 해서 줬지!

어떤 동사무소요?

대답은 않고 엉뚱한 짓만 한다.

어떤 동사무소 누구한테 빌렸는지 말 해봐요.

웬 돈이 주머니에 만원이 들었네!

………….

먼저는 선병원에 있을 때도 병원 복 입고 집에 가서 옷 값 물어줬잖아요!

내가 언제 그래? 안 그랬어.

뭘 안 그래. 그랬지!

젊어서부터 속 썩이더니 지금까지 이렇게 속 썩이네!


밤새도록 화장실 들락거리며 옷 버렸다고 갈아입히길 몇 번!

이젠 환자복도 몇 벌 버리고 없어서 이것 입어요.

이 옷까지 버리면 집에도 못 가요. 조심해요.

화장실도 어떻게 더럽게 쓰는 지 활동하기 어려운 환자나 쓴다.

깜장 체육복에 흰 줄 무늬 있는 옷 입고

팔 체조를 하면서 창쪽으로 오더니

내가 앉아 있는 걸 보고

이불 없어서 못 주무세요?

잠이 안 와서요.

자기 자리로 간다.


다음 날은 오전에 딸이 돈 갖고 오기를 기다리며

자매가 얘기하고 있다가

우리 영감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하는데

간호사가 와서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린다.

우리 영감 또 없어졌어!

예?

간호사가 어디를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니까 그렇게 했는지

화장실의 문이 열리며 그 환자가 나온다.

간호사 말이 화장실 비상벨이 간호사실에 울려서 왔어요.

문을 못 열고 비상벨을 눌렀던 것이다.  

 

 

2008.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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