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텃새들도 주인을 안다

채운산 2008. 6. 13. 04:46

 

 

 

 


텃새들도 주인을 안다


이층집 기와지붕에 참새가 살고

모양은 똑같은 참새보다 큰 새가 산다

봄에는 알 낳고 새끼 까서 시끌시끌하다

재수 없는 놈은 털도 안 나 떨어져 죽는 놈이 몇 마리씩인데

어떤 때는 털은 났어도 떨어져

애타게 엄마 부를 때 안타깝다

지붕에서도 엄마 새가 아래를 보며 짹짹거린다


새 박사님의 말씀에 새들의 눈이 참 밝다고 하셨는데

마당이나 계단의 화분에 익은 오디와

보리수가 얼마나 먹고 싶으련만

침만 꼴깍 삼키며 참고 있으니 기특도 하다


오디가 쪼그라들다 다 떨어지고

보리수가 쪼그라들다 다 떨어져도

안 먹으니 고맙기도 하다



먼 데 있는 버찌는 어미들이 따다 주어서

옥상에 씨앗이 떨어진 것 많은데도

주인네 것을 알아보고 아껴주니 얼마나 영리하냐



옆 채전 임자 복분자 검은 망 쳐서 보호하고

전에는 그 집 여자 들깨 모 부어서

모기장 덮어 놓고 하는 말

저 이층에 사는 새들 왜 그냥 둬요?

그럼 그 새들을 어떻게 해요?

그 밭에 보리수 빨갛게 익으면

온갖 텃새들의 며칠 간 잔치라


 

 

 

 

 

 

 

 

 

 

2008. 6. 12  

 

'자작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사초롱 꽃  (0) 2008.06.13
공작 선인장  (0) 2008.06.13
수입 쇠고기 파문  (0) 2008.05.28
나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0) 2008.05.23
처음 잡은 손  (0) 2008.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