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새들도 주인을 안다
이층집 기와지붕에 참새가 살고
모양은 똑같은 참새보다 큰 새가 산다
봄에는 알 낳고 새끼 까서 시끌시끌하다
재수 없는 놈은 털도 안 나 떨어져 죽는 놈이 몇 마리씩인데
어떤 때는 털은 났어도 떨어져
애타게 엄마 부를 때 안타깝다
지붕에서도 엄마 새가 아래를 보며 짹짹거린다
새 박사님의 말씀에 새들의 눈이 참 밝다고 하셨는데
마당이나 계단의 화분에 익은 오디와
보리수가 얼마나 먹고 싶으련만
침만 꼴깍 삼키며 참고 있으니 기특도 하다
오디가 쪼그라들다 다 떨어지고
보리수가 쪼그라들다 다 떨어져도
안 먹으니 고맙기도 하다
먼 데 있는 버찌는 어미들이 따다 주어서
옥상에 씨앗이 떨어진 것 많은데도
주인네 것을 알아보고 아껴주니 얼마나 영리하냐
옆 채전 임자 복분자 검은 망 쳐서 보호하고
전에는 그 집 여자 들깨 모 부어서
모기장 덮어 놓고 하는 말
저 이층에 사는 새들 왜 그냥 둬요?
그럼 그 새들을 어떻게 해요?
그 밭에 보리수 빨갛게 익으면
온갖 텃새들의 며칠 간 잔치라
2008.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