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영상 글

아가씨의 꿈

채운산 2008. 1. 11. 03:14


아가씨의 꿈 
간밤에 꿈에 본 그이가 
온 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불러 보고 새겨보고 추억을 더듬으며
무얼 할까 어떻게 생겼을까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도망갈 수줍음과
나침판처럼 향하는 이 마음 
좋은 걸 어떻게!
좋은 걸 어떻게!
그이는 생각지 않을 지도 모르면서 
꿈에 봐도 기분이 좋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꿈은 왜 꾸고
내 마음 사로잡아 간장을 녹이나
구습의 장막이 가로막힌 동네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오십 보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망설이며 애태우던 안타까움을 
논 사이 길을 건너 밤나무 재 넘어
촌음도 없이 사라지는 그 모습
뒤를 보며 머물다 가고!
또 머물다 가고!
이제는 다 틀린 일 가지고
사진이라도 한 번 봤으면 
보고 또 보고 
자꾸 봐도 보고 싶은 그대
주위의 구습이 아니면 
당장이라도 달려갔을 텐데
역사도 깊은 고장 부여의 충화
풍습도 바뀔 줄 모르는 고장
남녀칠세부동석의 체면 때문에 
마음과 행동이 상이하여
만나지도 못한 채 
이심전심이라
늦가을 추수 끝날 무렵
옆 채전에서 나오자마자
멋쟁이 신사를 보고 눈이 멈췄을 때 
자세히 보니 그리워하던 사람
내 곁에 아버지 계시고 
우물엔 아낙네 채소를 씻어
동네방네 화제 피하려 
마음의 자석을 놓고 
후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제는 그 추억도 아련히 허물어지네
이렇게 두고두고 못 잊을 사람이라면 
당돌하게 밀고 나갈 것을 
왜 주저앉고 말았던가! 
통탄하며 울어 봐도 소용없는 일인데 
지필만이 알아주는 이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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