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영상 글
아가씨의 꿈 간밤에 꿈에 본 그이가 온 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불러 보고 새겨보고 추억을 더듬으며 무얼 할까 어떻게 생겼을까 나타나면 당장이라도 도망갈 수줍음과 나침판처럼 향하는 이 마음 좋은 걸 어떻게! 좋은 걸 어떻게! 그이는 생각지 않을 지도 모르면서 꿈에 봐도 기분이 좋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꿈은 왜 꾸고 내 마음 사로잡아 간장을 녹이나 구습의 장막이 가로막힌 동네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오십 보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망설이며 애태우던 안타까움을 논 사이 길을 건너 밤나무 재 넘어 촌음도 없이 사라지는 그 모습 뒤를 보며 머물다 가고! 또 머물다 가고! 이제는 다 틀린 일 가지고 사진이라도 한 번 봤으면 보고 또 보고 자꾸 봐도 보고 싶은 그대 주위의 구습이 아니면 당장이라도 달려갔을 텐데 역사도 깊은 고장 부여의 충화 풍습도 바뀔 줄 모르는 고장 남녀칠세부동석의 체면 때문에 마음과 행동이 상이하여 만나지도 못한 채 이심전심이라 늦가을 추수 끝날 무렵 옆 채전에서 나오자마자 멋쟁이 신사를 보고 눈이 멈췄을 때 자세히 보니 그리워하던 사람 내 곁에 아버지 계시고 우물엔 아낙네 채소를 씻어 동네방네 화제 피하려 마음의 자석을 놓고 후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제는 그 추억도 아련히 허물어지네 이렇게 두고두고 못 잊을 사람이라면 당돌하게 밀고 나갈 것을 왜 주저앉고 말았던가! 통탄하며 울어 봐도 소용없는 일인데 지필만이 알아주는 이 사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