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깻잎과 송별회

채운산 2006. 8. 21. 17:23

 

깻잎과 송별회


파란 하늘 아래

코끝이 향긋하게 풍기는
들깨가 노랗게 물들어 가다 지고
갈색으로 변해가다 지고
몇 잎 남은 앙상한 가지에
 송골송골 숭어리 속에 시컴시컴
여물은 깨알들이 빠끔히 쳐다보는데
낫을 들고 한 줌 한 줌 베면서
들깨 털면 마지막 향이 아쉬워
싱싱하고 깨끗한 깻잎을 따
바지 주머니에 불룩 넣고 와서
밀가루에 달걀을 탁 깨뜨려 풀고
깻잎을 송송 썰어 반죽해
노릇노릇 전을 부쳐  뜨끈뜨끈할 때
벼 건조 장에 넣고 오는 식구들에게
깻잎과 송별회를 열다

 

199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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