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속의 집
해마다 여름이면 한랭사를 마당에 쳤는데
금년엔 벼 말리던 모기장 버리자니 아깝고 두자니 쓸데없다
검은 모기장을 이어 겹으로 차일을 만들었더니
한랭사의 조도가 같다
한랭사는 가벼운 반면 한 올만 터져도
줄줄이 갈라져 속이 상하다
모기장은 무겁긴 해도 올이 터져도 풀리지는 않는다
만들 때 느낀 점은 시멘트 마당에 깔아만 놔도 시원했다
가운데 장대 받칠 때 떨어지지 말라고
플라스틱 병의 주둥이를 조금 잘라내고 세웠더니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자꾸 쓰러져
병을 빼고 세웠더니 뾰족한 곳이 있어 괜찮다
아하 미끄러워 그랬구나
미끄러운 모기장에 미끄러운 병을 씌웠으니
이 다음 걷으면 그 자리를 도려내고
아주 천으로 움푹 들어가게 만들어 둬야겠다
농기계 드나드는 쪽은 시멘트로 하고
한 쪽은 보도블록을 깔았다
차일을 치면 시원한 바람이 현관으로 들어오는데
큰 나무 밑에서 불어오는 것과 같다
한랭사는 마당 한쪽 채소에 쳐놓고
분재원엔 쳤다 걷었다 바쁘다
주방 앞에도 해가 들어
담 밑에는 한랭사를 쳐놓고
빨래 너는 곳에는 천으로 차일을 만들어
널 것 없을 때는 쳐놓으면
밖 수도에서 일할 때 햇빛이 안 들어 좋다
주방문 열면 바로 그늘 속으로 분재원 가고
거기서 채소밭 한랭사 밑으로 해서 마당을 간다
10.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