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은행에서 구입하는 사랑의 열매를 닮은 마가목은 마치 연어알처럼 익고.
마가목. 연어의 알처럼 붉게 익은 송이를 보면 행복하다. 사랑의 열매를 그대로 닮은 마가목은 폐와 기관지, 관절에 좋은 약초로 오래전부터 어른들께서는 이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기만 해도 신경통과 관절통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그런 마가목을 찾아 오랜만에 높은 산을 올랐다. 미시령휴게소에 차를 주차시키고 마산봉을 향할까 하다 신선봉으로 방향을 잡아 출발했다. 작은 계곡엔 가끔 물을 길으러 오기 때문에 낯 익은 모습 그대로인데 아마도 올해 초에 이곳도 철망을 설치한 모양이다. 백두대간도 들어가지 못하게 한 이런 행정은 차라리 주목과 산양을 다치거나 놀래키지 말고 조용히 한낮 시간에만 등반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환경단체들은 통제를 우선 수단으로 한다. 그건 국립공원의 본질을 벗어난 거라 생각되는데 후손들에게 좋은 자연을 물려주려면 먼저 바른 데이터를 근거로 수목의 형태나 위치정보 등을 분명하게 자료화 하고, 그걸 토대로 백두대간을 통행하는 산악인들이나 지역주민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려를 해야 마당한 거로 판단된다.
파란 하늘을 흰구름 둥실거리고 간간이 초가을로 접어든 햇살은 구름 속을 숨었다 나오곤 했다. 계곡을 따라 얼마쯤 올라가는데 바위를 두들기듯 몸을 뒤척이며 흐르는 물결에 온몸이 선득거린다. 계곡을 벗어나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능선으로 올라섰다. 마가목을 지금 제대로 익은 걸 찾으려면 일반적인 능선보다는 암릉이 무너진 너덜지대를 찾아야 한다. 드디어 너덜지대가 나오고 주변으로 빨갛에 익어가는 마가목이 보였다. 마가목을 채취하려고 온 길이 아니라 사진을 촬영하러 들어온 길이다. 물론 지역주민인 내가 얼마간의 마가목을 채취하더라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무어라 탓하지는 않으나, 당장 필요도 없는 마가목을 굳이 딸 일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통제구간이나 설악산의 어느 구간이던 내 필요에 의해 출입에 대한 허락을 요청하면 아무말 없이 통과를 시켜주는 것도 함부로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다치게 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걸 알기에 그들도 묵인 해주는 것이다.
가마가목이 새빨갛게 익은 모습은 과히 환상적이라 아니 할 수없다. 봄엔 온통 하얗게 �을 피워 산을 치장해주고 가을이면 이렇게 붉은 열매로 또 한 번 멋을 부려 준다. 마가목나무 뒤로 멀리 보이는 건물이 이젠 폐허가 된 미시령휴게소로 1988년 미시령이 개통한 이래 20년 가까운 세월을 많은 이들에게 질고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으나, 미시령터널이 개통되고 난 이후로 쇠락의 길을 걷고있다. 마가목은 장미과의 갈잎작은키나무로 전국적으로 분포하여 있으나 이곳 설악산 주변에서 아주 두드러지게 고운 자태를 지닌 나무들이 많다. 더구나 나무의 굵기도 지름 15cm에 달하는 고목들이 많아 가장 높이 자란 나무라고 해야 6~8m까지 자란다는 말도 이곳 설악의 마가목들에 해당되는 말이다.
그럼 마가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넘어가자. 마가목은 장미과 마가목속에 속하는 갈잎작은키나무로, 마가목속은 전세계적으로는 약 100여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4종과 변종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가목속에 속하는 자생 식물은 팥배나무, 긴팥배나무, 털팥배나무, 왕잎팥배나무, 긴잎팥배나무, 벌배나무, 마가목, 산마가목, 잔털마가목, 당마가목(털눈마가목), 흰털당마가목, 넓은잎당마가목, 차빛당마가목, 녹마가목, 왕털마가목이 자라는데 이건 학자들이 아니면 일일이 분류할 수없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높은 지대에 자생하는 나무면서도 잔가지와 겨울눈에 털이 없다. 겨울눈을 살펴보면 긴 타원형으로 끈끈한 성질이 있다. 마가목은 잎을 잘 알고있으면 쉽게 찾을 수있는데, 잎은 어긋나고 깃꼴겹잎으로 9~13개의 작은잎이 잎자루에 마주나기로 있다. 또한 긴타원형으로 끝이 길게 뾰족하며 가장 자리에 길고 뾰족한 톱니가 있으며 뒷면은 연녹색이다.
다른 특징으로는 턱잎은 일찍 떨어지는데 가지끝의 겹산방꽃차례에 흰색의 꽃이 모여 핀다. 꽃차례에는 털이 없으며 꽃은 지름 8~10mm이고 암술대는 3개이다. 콩알 만한 둥근 열매는 여름에 노란색이었다가 가을에 붉은색으로 익어 이걸 채취하여 약재로 이용한다. 봄에 돋는 새싹이 마치 말의 이빨처럼 튼튼하다고 붙여진 이름이 마아목(馬牙木)으로, 세월이 가며 마아목의 음이 변해 ‘마가목’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정도만 알면 마가목에 대해서는 어느 자리에서 누구와 이야기를 하더라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는 면할 수있다. 그리고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겠는데 이런 글을 스크랩을 하거나 도움을 받았으면 추천도 더러 눌러주고 덧글도 남겨주는 게 예의인데 어찌 그리들 자기만 챙기려 하는지 모르겠다. 추천 구걸을 하자는 게 아니라 사람의 도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니 배웠으면 오늘부터는 당장 실천에 옮기길 바란다. 아, 연배가 나 보다 위신 분이라면 반말투는 죄송하다. 그분들에겐 정중히 오늘부터는 실천에 옮기시길 부탁드립니다.
마가목을 약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제대로 병증을 안 뒤 사용하는데 요즘 한의사나 양의사를 100% 믿음이 가지않기는 마찬가지로, 이건 돈 벌 궁리만 빤하지 자연에서 얻는 약재를 이용하여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걸 못봤다. 그저 기력이 조금만 쇠잔한 듯 싶어도 보약을 먹어야 한다거나 녹용과 인삼을 넣어야 한다며 수십만원씩 받아내는 재주가 참 신통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들에게 물어라도 보는 방법밖에는 없는 일 아닌가. 내가 여기에서 사용법을 이야기 하면 의료행위라 할 건 뻔하니 말 절대로 못한다. 다만 ‘폐결핵, 관절염’ 외에도 ‘관절통, 류마티스관절염, 천식, 해수, 위염, 복통, 기침, 기관지염, 중풍, 습진, 유선염, 흰머리 검게하는 데, 이뇨, 지혈, 신석증, 방광질병, 신장병, 간질병, 치질, 악성종양, 치통, 열병, 발한, 가래, 고혈압, 괴혈병, 비타민 A, C결핍증’에 두루 약효가 탁월하다는 건 밝혀둔다.
마가목은 열매나 가지, 껍질 등으로 술을 담그기도 하는데 마가목으로 담근 술은 맛이 칵테일 진토닉이나 마티니, 스쿠르드라이버를 만드는 리큐르 ‘진’처럼 느껴진다.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마가목술에 대한 추억 하나만 이야기 하겠다.
1988년 가을이다. 당시엔 설악산이나 전국의 국립공원이거나 관계없이 모든 산들이 자유롭게 등반을 할 수있었고 야영을 어느 곳에서 해도 상관이 없었다. 대청봉에도 한여름이면 온통 온 산을 텐트에서 비치는 렌턴불빛이 텐트의 다양한 색과 어울려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던 시절이다. 또한 대청봉만 아니라 유명한 산의 등산로 주변에는 산을 떠나서는 살 수없는 이들이 등짐으로 옮긴 음료수 같은 걸 팔았다. 그해 추석 2일 전인데 중청봉에 있던 산장지기 이세구씨는 설악동의 집으로 내려가면서 조금 이따 설악동에 내려오면 꼭 들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산을 해 그가 뭔 이야기를 하려고 집을 들려달라고 했나 싶어 찾아가니, 추석에 다른 곳에 가지말고 조카(91년도인가 중청에서 겨울도 깊은 설무렵 동사했다.)와 산장을 관리해달라며 15만원을 주면서 물건을 해 좀 올려달라고 했다. 물건을 한다는 게 부탄가스와 우비 등을 구입하라는 이야기인데 그걸 ‘키슬링’이라고 부르던 배낭에 가득 짊어지면 대략 40kg 정도의 무게가 된다. 속초에서 물건을 구입하니 3만원 정도 남았다. 시내버스로 오색으로 들어가 오후 6시가 넘어 어둑해지는 산길을 올라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멧돼지나 고슴도치 같은 게 가을철이면 사람을 놀래킨다. 대청봉과 �청봉이 갈라지는 길에서 이미 캄캄하게 어두워졌고 700m 정도 올라간 위치에 박OO라는 이가 부인과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캔맥주 하나를 얻어 마시는데 철이가 두세시간 전에 소주 한짝을 지고 올라가더란다. 당시 소주 한짝은 30병이다. 그것도 요즘처럼 작은 병도 아니고 플라스틱병도 아닌 정말 360mm가 들어가는 유리병이라 상당히 무거웠다. 철이는 바로 20년전 먼저 산보다 높은 세상으로 간 아우인데 그 녀석은 배가 고프면 아예 그자리에 주저앉을 정도로 배고픈 걸 못참았다. 그래서 잘 올라가더라냐고 물으니 컵라면 하나와 초코파이를 세개나 먹고 올라갔다고 했다.
맥주도 한캔 마셨으니 적당히 기분이 좋아진 난 콧노래를 부르며 해드랜턴 불빛을 밟아 비탈을 걷고 너덜지대로 통과하며 매봉을 거쳐 끝청을 향하여 으슥한 산길을 걸었다. 평소같으면 야간등반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몇명 있을 텐데 제법 잘 걷는다는 내 걸음으로도 단 한사람도 만날 수없는 걸 보면 명절 밑이라 모두들 고향으로 떠난 모양이다.매봉에서 20분 가량 걸어가면 샘터가 나오는데 내 걸음으로 20분 안쪽이지 일반적으로 30분 조금 더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거기 샘터 바로 직전 200여 평 가량되는 넓은 평지가 있는데 그곳에 탠트를 치고 나보다 10년 정도 위인 이들이 장사를 했다. 인기척에 탠트가 열리더니 누구냐고 묻기에 인사를 하자 들어 오란다. 저녁은 먹었냐기에 오색에서 먹고 오는 길이라고 하니, 그럼 술이나 한 잔 하고 가라며 4~5인용 코휄을 들고 탠트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그 큰 그릇에 철철 넘치게 술을 따라오는데 마가목향이 확풍겼다. 아마 그 양이면 1.8ℓ도 넘을 거 같은데 그걸 나눠 마시려는 줄 알았더니 쭈욱 한 잔 들이키라며 그대로 내민다. 그런데 그 많은 양의 술이 세모금 밖에 안마셨는데 바닥이 났다. 더 마시겠냐는 걸 사양하고 나서는데 탠트밖에 낯 익은 배낭이 하나 더 있다. 이거 혹 철이 배낭이 아니냐고 물으니 배고프다며 배낭을 벗어던지고 한참 전에 올라갔다고 했다. 가만 생각하니 산장에 소주가 떨어진 생각이 났다. 그대로 두면 내일 오후에나 산장에 도착할 건 분명하고, 결국 내가 지고오던 배낭을 지고 그 배낭을 앞으로 맸다. 그 구간을 다녀 본 이들이라면 그곳에서부터 중청산장까지 얼마나 길이 험한지 알 것이다. 2~300m도 아니고 1.5km가 넘는 산길을, 그것도 암릉과 너덜지대가 도처에 널린 능선길을 끝청아래 샘터에서부터 중청까지 그 짐을 지고 가니 평소의 세배는 걸린 모양이다. 샘터 매점에서 10시에 떠났는데 산장을 도착하니 1시 30분이 막넘어가고 있었다. 산장 방에는 등산을 온 아가씨들 여섯명과 철이만 있는데 침낭들을 펴고 누워 이야기를 나누다 모두 일어나 앉더니 지고 온 짐을 보고는 기가 막힌지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한다. 입에서는 4시간 전에 마신 술이 그대로 알콜내를 푹푹 풍기는데 추운 가을밤에도 무거운 짐을 지고 산길을 걸어오다보니 땀에 옷은 비에 젖은 모양으로 젖어있었다. 내 배낭의 해드주머니를 열고 옷을 꺼내 갈아입고 나니 살 것 같았다. 한쪽에 뭉쳐 둔 옷을 한 아가씨가 들고나가더니 한참 뒤에 들어오는데 물에 헹궜는지 손이 벌갰다. 옷에서 온통 땀냄새가 아닌 술냄새가 나더라며 얼마나 마셨냐고 묻기에 그들의 머리맡에 놓인 큰 코휄을 가리키자 기도 안찬다는 표정들이다.
사람의 마음도 세월이 가면서 연어처럼 귀소본능이 작용하는 가보다. 문득 오래전 이젠 때 절은 추억의 한 장을 들추어 내는 걸 보면 딱 맞는 말인 듯하다.
가을향이 물큰 풍기는 산길을 나설 때 배낭에 독한 술 한 병은 구급약과 같지만 많이 마시지는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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