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채운산 2007. 1. 13. 11:57

봄이 돌아왔습니다. 꿩들은 따뜻한 봄에는 알을 낳고 새끼를 까야 따뜻할 때 키워서 추운 겨울에도 튼튼합니다.
 아빠 꿩과 엄마 꿩이 상의를 했습니다. 어디다 둥우리를 만들고 알을 낳을까?
여기에 풀이 많이 우거져서 사람도 안보이고 좋겠다고 풀을 입으로 쪼아다 둑새풀이 우거진 곳에 둥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엄마 꿩과 아빠 꿩은
"우리 새끼들이 얼른 보고싶은데!"
엄마 꿩은 거의 날마다 알을 한 개씩 낳았습니다. 달걀보다는 작은 알입니다. 그런 알을 열네 개나 낳았습니다.
그리고 암꿩은 거의 날마다 그 알들을 따뜻하게 품고 있었습니다. 다른데 놀러도 안가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아주 배가 고플 때면 날아가서 얼른 먹고 또 와서 알이 식지 않게 품었습니다. 알이 식으면 새끼가 나오지 않고 골아버리니까요.
그래서 온갖 정성을 들여 품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가 삽과 낫을 들고 왔습니다.
깜짝 놀란 꿩은 푸드득 하고 날아갔습니다. 둥지가 보이는 조금 떨어진 전깃줄에 앉아서
"아, 큰일이구나! 저 아주머니가 우리 알을 횡재했다고 모두 가져가면 어쩌나!"하고 가슴이 두근두근 하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전깃줄에서 속으로 "아주머니 우리 알을 보셔도 만지지 마세요? 새끼 깔 알입니다."하면서 기도를 하며 아주머니가 빨리 가기만 기다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아, 꿩이다 꿩! 어, 여기 알 좀 봐? 알을 품고 있었구먼! 많기도 하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세어보니 열 네 개였습니다.
둥우리를 만들 때는 생풀로 만들었지만 여러 날이 가서 마른 풀이 되었습니다.
"저 꿩이 내가 알을 가져갈 까봐 얼마나 놀랐을까? 미안하다. 너 있는 줄 모르고 왔다. 손 안 댈 테니 걱정 마라!"
하면서 호박 심을 자리를 만드느라고 묵은 줄기를 조금 걷어내고 풀을 뽑고 깎고 갔습니다.
멀리서 망을 보면서 알이 식는 것을 걱정하고 있던 엄마 꿩이 푸드드드득 하며 날아와 알이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음, 알은 하나도 안 건드렸네? 우리 예쁜 알을 모두 가져가면 어쩌나하고 얼마나 떨고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 참 마음씨 착하시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얼른 알을 다시 품기 시작했어요. 둥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묵은 호박 줄기가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아주머니가 알까기 전에 또 올까봐 걱정을 하면서 며칠만 있으면 귀여운 새끼들이 나올텐데...

며칠 뒤에는 붕! 하고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오토바이에서 내리시더니 큰 자루와 낫을 가지고 쑥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꿩은 가슴이 또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은 더 걸려야 하는데 들킬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 길가의 우북하게 큰 것을 앉아서 베는데 요리조리 다니며 거의 한 자루가 되고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니까 "아이 춰! 이제 그만 해야겠다."하며 자루를 꼭꼭 묶어 오토바이에 싣고 가셨습니다.

"다행이다. 나 있는데는 쑥이 없어서 안 왔지 댓 발작만 오면 우리 집인데!"하며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먼데서 할아버지가 쑥을 벨 때 꿩알을 보면 틀림없이 횡재했다고 가져갈텐데 하며 눈에 안 띄기를 바라며 그 알들이 어떻게 진행되나 퍽 궁금하지만 꿩 새끼들을 위해서 그 근방은 가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에 가보니 깨어진 껍질들만 남아있고 엄마 꿩과 새끼 꿩들은 어디론지 가고 없었습니다.

 

 

 

2001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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