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미
따르릉~~~
여보세요?
할머니, 곶감 얘기해주세요.
하하하! 그래?
바구미 얘기 해줄까?
예. 바구미 얘기 재미있어요.
광에 두었던 싸라기 자루를 열어보니
개미만한 까만 바구미들이 꿈지럭꿈지럭
뾰족한 입으로 파먹는 거야.
요것들을 그냥두면 다 파먹겠네. 하며
큰 이남박에 쏟고 물을 부었더니
바구미들이 깜짝 놀라 울며불며
채운산 할머니! 살려주세요!
저의들이 잘못 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예? 할머니!
하며 두 손으로 싹싹 빌더라.
너희들을 살려주면 우리 양식 또 파먹게?
아이고! 아이고! 우리는 이제 다 죽겠구나 하고
눈물을 뚝 뚝 흘리는데
박박 비벼서 물을 부어 휘~ 저어서
수챗구멍으로 쫄쫄쫄~~~
물 따라 바구미도 쫄쫄쫄~~~
08.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