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아들의 봄에 장난감과 간식거리
앞산의 진달래 꽃방망이 만들고
뒷산의 할미꽃 족두리 만들고
담 밑에 오랑캐꽃 반지 만들고
길가의 노랑 민들레 방끗 웃으면
길바닥이나 길가에 난 질경이
질겅질겅 밟아도 내 몸은 안 더러워
하면서 함께하던 동무들
어머니 샘에서 채소나 빨래하실 때
우물가 잔디 꽃 훑으며
띠 풀 캐어 씹고
앞 논에서 뚝새풀 뽑아
삘기처럼 까먹고
논둑이나 밭둑에 핀
꿀 풀꽃 한 송이 꺾어
들고 다니며 꿀 빨아 먹느라 쪽! 쪽!
들이나 산에 삘기 뽑아 까서
씻지도 않은 손바닥에 놓고 비비며
물 한 동이 줄게 꿀 한 동이 다오 하며
때를 묻혀 달게도 냠냠
옛날 분들 다 경험이 있는 시절
지금 애들은 그 소리 들으면
그런 걸 다 먹었냐고 하겠지만
그 때 어린이들의 간식거리다
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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