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잡아도 줄지 않는 달팽이

채운산 2015. 11. 18. 12:32



그저께 밤부터 어제 새벽까지 비가 많이 왔다. 날씨가 흐려서 6시 넘어도 컴컴한데

비가 많이 왔으니 달팽이를 많이 잡을 것 같아 새벽 일찍 혈압 약을 먹고 돋보기 쓰고 달팽이가 제일 많이 모이는 두엄에 가서 비닐로 덮어놓은 곳부터 떠들어 봤다. 새끼손가락만한 민달팽이가 세 마리가 모여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두 마리를 더 잡았다.

다른 비닐을 떠들어 보니 잔뜩 모였다. 아휴! 이렇게 많이 모였네. 한 마리라도 놓칠 세라 어디로 숨을 까봐 정신없이 세멘트 바닥에 모아 놨다. 달팽이가 미끄러워 잘못하다가 놓치면 그 놈을 찾을 수 없는 확률이 높다. 두엄 색과 달팽이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팽이가 잘 보이는 색으로 잡기 쉽게 달팽이들이 잘 모이게 비닐이나 pp포대 조각으로 덮어놓는다.

그동안은 5월부터 10월까지 가물어서 달팽이들이 널리 활보를 못하다가 비가 많이 오면 달팽이들이 훨씬 많이 나오는데 담장을 보니까 민달팽이 새끼들이 1센티 못 되는 것들이 많이 붙어 있고, 대파를 보니 거기도 많이 붙었다. 약을 안 하니까. 우리 집 안 담장에 있는 것만 볼게 아니라 밖에서 들어오는 지 가봐야겠다 싶은 생각으로 나가서 보니 옆 밭에서 놀러 오는 놈들이 아주 잔 것들이 많이 붙어있었다. 아하, 이래서 내가 해마다 이 잡듯 잡는다고 잡아도 많이 잡고 나면 얼마간은 없다가 또 생기나 보나. 내 일거리가 앞으로는 더 많아졌구나!

내가 이렇게 잡은 것은 벽이나 색깔이 잘 보이는 곳에서만 잡는 것인데 흙에 붙어 있는 놈이나 달팽이 색깔과 비슷한 길이나 벽에 붙은 것이라면 더 많이 붙었어도 안 보여 못 잡는다.

나름대로 몇 년을 몇 백 마리 씩 잡아보기도 하고 나무젓가락 끝을 뾰족하게 깎아 잡아보기도 하고, 잡아서 소금물 그릇에 담그기도 해봤다. 어떤 때는 물고기 잡은 것처럼 많아 징그럽기도 하지만 번식이 강한 것을 그냥 두면 오이, 상추를 못 먹을 것 같다. 달팽이가 젤 좋아하는 것은 오이다. 밤에 비 그치면 불 켜고 보면 달팽이들이 오이에도 붙고, 꽃에도 붙고, 잎에도 붙고, 줄기나 끈에도 붙어있다. 그 다음은 상추를 좋아하는 것 같다.

화단의 돌에도 잔 것들이 많이 붙어있다. 큰 놈은 비만 오면 밤이나 새벽에 일찍 잡으니까 적은데 이렇게 작은 놈을 많이 보기는 처음이다.

이 많은 것을 다 땅바닥에 문질러 죽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소금물에 담그면 절어 죽으라고. 우리 집 달팽이는 민달팽이가 많고 집 있는 달팽이는 1년에 몇 마리밖에 안 된다. 바로 오이 옆 담장에 호박을 심어 놓으면 호박 뿌리에서 1m 까지는 두엄 옆에 심어서 그런지 몰라도 몇 마리 씩 붙을 때도 있다. 호박 잎이나 오이 잎을 엎어 놓고 거기에 달팽이를 놓고 문지르면 껄끄러워 잘 죽는다. 시멘트에 놓고 문질러도 잘 죽고. 설 죽이면 다시 살아서 도망간다. 맨 흙에 죽이면 미끄러워 문지르기도 힘들고, 그게 코 같아 집게에 매달려 떨어지지도 않는다. 잡는 것은 쓰레기 줍는 집게로 잡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이것은 집게 끝을 문질러 죽여도 좋고, 두엄 같은 곳을 뒤적거리기도 좋고, 길어서 바짝 가지 않아도 쉽게 닿기만 하면 힘 덜 드리고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이 넓어 놓칠 확률도 적다.

마침 바쁜 일도 없고 날씨가 컴컴해서 늦게 까지 잡을 수가 있었다. 야행성이라 환하면 숨어버리기 때문에 많이 못 잡는다. 아까 잔 것이 하도 많고 죽이자니 시간 걸릴 것인데 마침 굴 상자에 물이 많이 들어서 우선 거기다 잡아 넣었는데 담 밖을 잡고 와 굴 상자를 보니 밖으로 기어 나온다. 썩썩 문질러 죽였다.

282마리를 잡았는데 배고파서 방에 들어가 시계 보니 10시가 되어 간다. 내가 밥 먹고 어두우니까 12마리를 더 잡아 300마리를 채워야 겠다.

식사를 마치고 300마리를 채우고 2마리를 더 잡았다. 아 이제 오늘은 그만 잡아야 겠다.

금년 11. 15일 까지 573마리 잡았었는데 하루에 300마리 넘게 잡은 것은 처음이네! 안 잡을 수도 없고!

우리 집이 다른 집 터 밭 있는 집에 비하면 크지도 않는데. 또 한 가지는 몇 년 전에는 상자에 부추를 심으면 차차 없어진다. 들에 심었을 때는 잘 되었는데.

그래서 밤에 달팽이 잡으러 가면 부추 상자에도 어떤 때는 4마리나 들어갔다. 가는 잎을 상자에 이 숫자가 날마다 밤에 뜯어 먹으면 남을 수가 없어서 옥상으로 옮겨다 놓고 기르다가 재작년에 옥상 방수를 하려고 마당으로 내려 왔는데 어디서 보니 상자를 고무줄로 묶으면 달팽이가 싫어해서 안 들어간다는 것을 읽은 생각이 나서 고무줄로 한 바퀴 묶어 놨더니 그래서 인지 몰라도 부추를 잘 길러 먹고 달팽이가 들어간 것을 못 보았다

2015년에는 봄부터 1230일 까지 1044마리를 잡았다. 약으로 잡은 게 아니라

도구나 집게를 이용해서 잡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숫자다.

앞으로는 이렇게 많이 없기를 바라면서!


앞집은 담 밖에 배추를 심었는데 약을 안 해서 달팽이가 깨 쏟아지듯 한다고 김장도 11월 초에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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