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와 연적
내가 서예 좋아하는 것을
멀리 떨어져 한 번도 안 보고
혼약도 없던 당신이
남포석 용이 꿈틀대는 벼루를
어찌 알고 구해 두었소?
어느 날 황학동 골동품 시장에서
남편이 아기자기한 예쁜 주전자 새끼
백자 연적을 사왔다
아 예쁘고 예쁘다
만져보고 싶고 갖고 싶은
소꿉놀이 장난감처럼 귀여운
오늘부터는 내 친고야
물이 얼마나 들까?
귓구멍에 물바가지로
위 구멍으로 나올 때까지
거꾸로 물을 먹였다
조그만 공기로 들기 좋게 하나
아 그런데 흠이 있다
하필 난초 밑에 있을게 뭐람
왕소군 혼담 때 초상화에
화가가 시기하여
얼굴에 점을 찍었던 것처럼
도공이 너를 시기하여 흠집을 냈나보다
옥에도 티가 있다 하던가!
2001.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