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벼루와 연적

채운산 2015. 11. 14. 08:30

벼루와 연적


내가 서예 좋아하는 것을

멀리 떨어져 한 번도 안 보고

혼약도 없던 당신이

남포석 용이 꿈틀대는 벼루를

어찌 알고 구해 두었소?

 

어느 날 황학동 골동품 시장에서

남편이 아기자기한 예쁜 주전자 새끼

백자 연적을 사왔다

아 예쁘고 예쁘다

만져보고 싶고 갖고 싶은

소꿉놀이 장난감처럼 귀여운

 

오늘부터는 내 친고야

물이 얼마나 들까?

귓구멍에 물바가지로

위 구멍으로 나올 때까지

거꾸로 물을 먹였다

조그만 공기로 들기 좋게 하나

 

아 그런데 흠이 있다

하필 난초 밑에 있을게 뭐람

왕소군 혼담 때 초상화에

화가가 시기하여

얼굴에 점을 찍었던 것처럼

도공이 너를 시기하여 흠집을 냈나보다

옥에도 티가 있다 하던가!

 

2001.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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