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불효자

채운산 2015. 11. 14. 00:42

한 노파가 항상 배가 고프다고

이웃집 여자들만 보면 밥 좀 달라한다

이 노파가 전에는 효부였다고 어떤 이가 말했는데

푼수는 없는 사람이다

바로 옆 집 사돈 화갑 잔치에 오지 말라고

딸이 돈까지 주었다는데

하루 종일 그 집에 와서 맴돌고 있다

 

노파가 배가 고프면

이 집 저 집 가서 밥 좀 달라한다

며느리 어디 갔냐고 물으니

아침 먹고 애들 데리고 친정에 갔슈

그럼 해먹지 그래요?

해 먹을 수가 없슈!

동네 여자가 부엌에 들어가 보니

연탄불 위에 큰 양은 솥에 물을 가득 부어 놓았다

석유풍로에다 하지 그래요

나 그것 쓸 줄 몰라유

이 노파 배고픈 이유를 알 것 같다

점심도 굶을 것 같다

며느리는 날마다 가까운 친정에 가면 저녁때나 오나 보다

그러니까 이웃집에서 얻어먹기도 하고

동네잔치 집이 있으면 거기서 얻어먹고 저기서 얻어먹고

양은 큰데 항상 배를 못 채우니

밤에도 조금 늦게 들어가면 대문을 잠가서

담을 넘어 들어간다한다

배고프다고 파출소에 가끔 신고하면

경찰들이 나와서 혼내면 악화된다고 타이르기만 하고

돌아가면 효과가 없나 보다

얼굴과 목에는 아들 며느리가 때렸다고

언제든지 상처투성이다

손자 손녀도 때린다고 친구 애들이 말 한다

어떻게 죽었는지 몰라도

소문은 맞아 죽었다고 한다

 

딸 내외가 동네 살 때도 속상해서 잘 안 오다가

좀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갔는데

생일 아침에 수박 사 갖고 왔었다

그날은 찬밥을 먹으려고 준비 했다가

시누가 와서 들켰다고 나보고 직접 말했다

 

가게 주인이 말하는데 들어보니

인삼 장사가 외상으로 팔고 갔는데

외상값 받으러 와 그 집 시구들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가게 와서 억울하다고 울었다 한다

친정어머니까지 대들어 때렸다 하니

무슨 일만 있으면 친정어머니가 더 앞장섰다

 

 

2000.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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