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유명해진 고향

채운산 2006. 7. 13. 18:48

 

                            유명해진 고향


내 고향 앞산이 경치가 좋아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그 산 이름은 울바위라 하는데 암반으로 된 나지막한 산입니다.
삼면이 저수지로 둘러싸였고 물이 맑아 고기도 깨끗하고 맛이 참 좋습니다.
산꼭대기엔 마당바위가 있어 놀기에 아주 좋고 사철 등산객을 부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무들과 하도 많이 다녀서 눈감고도 선합니다.
어떤 소나무는 얼만하고 어떤 나무는 어디 있고 하는 것을
봄이면 진달래 꺾어 꽃 방망이 만들어 갖고 놀고
할미꽃 따 족두리도 만들어 꽂고 놀며
청미래 열면 따다 실에 꿰어 목걸이도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남향한 큰 마을이었습니다.
동쪽에 기와집 두 채가 조금 어긋나게 위아래로 있는데
윗집이 조금 가운데 쪽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집들은 뒷담 대신 대숲으로 이루었습니다.
윗집의 서쪽으로 앞 담 옆에는 다락이 있었습니다.
담 밖의 언덕에는 큰 백일홍나무가 여름부터 곱게 오래 피었습니다.
집집마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당에서 아낙들이 길쌈을 하고
남정네들은 마을 앞에 새 막 두 개가 있는데 저녁에는 부채 하나씩 들고 모여 앉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나눌 때
아가씨들은 다락에서 뜨개질과 길쌈하며 노래부르면
붉은 꽃 사이로 은은히 펴져 나와
아~ 신라의 밤이여, 진주라 천리 길, 이 강산 낙화유수를 감상합니다.
그때는 동무들이 추석만 되면 아침 먹고 때때옷 입고 제일 먼저 앞산으로 갑니다.
꼭대기 올라가 한 바퀴 휘돌아 보다 우리 마을을 보면
그림 같은 마을의 고샅길까지 빤히 보이고
백일홍 꽃이 핀 기와집들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오십 년이 지난 지금은 집들은 다 허물어져 텃밭이 돼 버렸고
쓰러져 가는 빈집들만 남다시피 사는 집은 몇 집 안됩니다.
이렇게 고요한 마을에 새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서동요 촬영지가 되었습니다.
가화 저수지만 검색하면 서동요 세트 장이란 말이 먼저 나옵니다.
서동요 세트장만 찾으면 고향의 산과 들의 사진들까지 볼 수 있습니다.
이제야 내 꿈을 부여 군수 님께서 이뤄주셨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언제까지라나는 계백 장군의 무예촌을 만든답니다.
그러면 더욱 더 이름이 나고 잠자던 마을에 활성화되니
얼마나 좋은 지 모릅니다.


 

서동요
방송 : SBS (2005년 9월 5일~2006년 3월 27일 방송종료)
제작진 : 이병훈 감독, 김영현 작가
기획의도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간 삼국시대 백제왕국 30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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