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버드나무 그늘

채운산 2015. 11. 8. 20:39

사람들이 피사리 하다 쉴 참이 돼서

얼마 멀지않은 곳에 버드나무가 있는데

기왕이면 시원한 그늘에 가 쉬자고

샛강 언덕배기 풀밭에 앉아서

모자를 한 쪽에 벗어놓고

이 얘기 저 얘기하고 있는데

아까 못 본 알록달록한 띠가 있어

이게 무슨 띤가 하고 주우려니

스르르륵 지나가버렸다

깜짝 놀란 여인은 벌떡 일어나

"여기 뱜있네 그걸 잡을라구 허니께

스르르륵 가버리네"

 

다음날 밭 임자가 와서 일하다

시원한 곳에서 한 잠잔다고

포대를 깔고 큰대자로 자기에

"어제 일꾼들이 거기서 쉬는데

뱀이 스르르륵 한 가운데로 지나갔대요"

"?"

 

200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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