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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혼의 소리로` 세상에 울림을, 기적을

채운산 2009. 5. 21. 04:45

 

 

'로' 세상에 울림을, 기적을

 

 

 

 

 

 

남들이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순간에는 너희들이 주인공이야.

 

  잔잔하게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이윽고 지휘자 선생님의 투박한 손 끝이 머리 위로 솟구치자 스물 댓 명의 합창단원이 일제히 입을 벌립니다. 이제 옥구슬이 굴러가는 낭랑한 소리가 나올 차례입니다. 그런데 이 합창단 정말 형편없습니다. 소리내는 타이밍도 제각각, 음정도 따로 따로. 그렇지만 짜증이 나기보단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노래는 엉망인데 표정은 참 진지하거든요.


  이들은 합창단입니다. 그런데 이름이 조금 독특합니다. 합창단 앞에 ‘장애’가 붙습니다. 여기에 재단이름을 붙여 ‘홀트장애인합창단-영혼의 소리로’입니다. 단지 사지 중 어딘가가 부자유한 것만도 아닙니다. 몸이 불편하다는 것조차 불편함으로 느낄 수 없는,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일년 중 4월 20일 단 하루를 제외하면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랬던 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다음 달 열리는 국제합창대회에 초청받은 것입니다. 2박 3일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그 멋진 무대에서 이들은 당당하게 주인공이 되려합니다. 그 무대를 위한 연습에서 지휘자 선생님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남들이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순간에는 너희들이 주인공이야.”

 

  

 

                     >> '영혼의소리로' 합창단원들에게 악보는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휘자 선생님의 입이, 손이 바로 악보입니다.

 

 


밥이 좋아요, 노래부르는 게 좋아요?” “둘 다 좋아요.

 

  홀트장애인합창단 내 엘리트 단원의 아이큐가 70. 이 친구가 노래 한 곡을 외우는 데 평균 한 달이 걸립니다. 나머지 단원들은 당연히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대회에서 부르는 곡은 10여 곡이지만 대회 당일까지 노래를 다 외우는 친구들이 반이 안됩니다. 나머지는 그냥 흥얼흥얼. 그런 시간이 10년이 쌓이니 완벽하진 못해도 기억을 하고 있는 노래가 70~80곡 정도입니다. 연습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반복에 반복. 그리고 또 반복밖에는 없습니다. 일 주일에도 몇 번을 하는 연습이 질릴만도 하건만 스물 네 명 단원들은 노래하는 것이 마냥 좋습니다.


  처음에는 재활치료가 목적으로 노래를 부르게 됐습니다.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오로지 자신뿐이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른 친구들의 노래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화음을 이뤄나갑니다. 전에는 연습하다가도 코를 후비거나 화장실로 뛰쳐나가고, 배고프다고 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본능이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습만 하면 다 참습니다. 그냥 철든 것이 아닙니다. 노래 안 시킨다고 하면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노래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밥이 좋아요, 노래부르는 게 좋아요?”하고 물어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둘 다 좋아요.”

 

 

 

 

                              >> 합창단원들은 나이와 성별이 다양합니다. 언밸런스해보이지만 분명 그 사이에는 어울림이 있습니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면 돼요.

 

  단원들 가운데에는 엄마라는 존재를 모르고 자란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주제로 노래를 부르는 날에는 눈물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또 몸이 아프면 아픈대로 소리내어 엉엉 울기도 합니다. 가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 자신의 감정, 몸상태를 여과없이 노래를 통해 뱉어냅니다. 이들의 노래는 꾸밈이 없어서, 너무 순수해서 영혼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기분입니다. ‘영혼의 소리로’라는 합창단의 이름대로입니다.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 영혼을 울리는 노래. 그들의 노래에는 정말 크고 작은 울림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습니다.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정답은 별 게 아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노래하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 그대로, 듣는 이도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를 예비장애인인 내가 듣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노래를 들으면, 어떤 과장된 의미부여도 하지 않고도 그들의 마음을 나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 선생님도 이렇게 말합니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면 돼요.”

 

 

 

 

 

>> 마지막 연습곡이었던 '도레미송' 노래 가운데 "도!"하고 외치는 부분에서 꼬맹이 태지가 타이밍을

맞추자 지휘자 선생님께서 "도~!하면 손드는거야"라고 알려주며 손을 번쩍 들어올립니다.  

'레'와 '라'를 맡은 한솔이, 순열씨도 어느새 신이 났습니다.                                            

 

 

  

이 친구들을 통해서 희망이라는 것을 얻게 될 거에요.

 

  지휘자 박재용 선생님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처음 이들을 만났습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 단원들을 보면서 다시 세상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눌한 발음, 서툰 몸짓, 그 풍부한 표정에서 나오는 노래는 이 세상 그 어떤 노래보다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마법에 홀리듯 마음을 연 후 지휘자 선생님으로, ‘곰대뽀(곰돌이 푸우)’로, 오빠로,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아빠로 지낸지 벌써 십년. 그 세월 사이에는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단원들도 있습니다. 기뻐하며, 슬퍼하며, 감동하며, 박 선생님은 그렇게 단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을 외쳤었습니다. 그랬던 사람들도 단원들의 노래를 듣고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 선생님은 단원들의 노래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처럼 힘과 용기가 됐으면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친구들을 통해서 희망이라는 것을 얻게 될 거에요.”

 

 

 

>> 연습이 끝난 후 다같이 모여 기도를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처음 너희들이 들려준 노래가 나를 울렸는데….

사는 동안 건강하고, 항상 웃고 행복한 기억만 있었으면 좋겠어.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이순간에도 그들은 노화와의 전쟁에서, 그리고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약과의 전쟁에서,

그리고 장애인이라는 편견과의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분투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박 선생님의 바람대로, 단원 모두가, 장애를 가진 이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회에 무사히 다녀오길, 계속해서 즐겁게 노래부르기를,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영혼의 울림을 전해주기를....

어느새 제 가슴 속에는 많고 많은 바람들이 뭉글뭉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짧은 시간동안 너무나 친해져버린 순구씨, 하나언니. 하나언니와는 의자매까지 맺었습니다.

                                          

 

                                   >>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홀트 취재. 부디 오스트리아에 가서 다들 몸건강히 지내다 오길...

 

 

 

 

 

 

 

 

출처 : Daum 하이픈 공식블로그
글쓴이 : 나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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