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노인들의 갈 곳이 마땅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필요하다기 보다는 남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놀 줄을 모르기 때문에 어디를 갈까하는 생각은 안한다. 일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데 남편은 이런 것을 안 하기 때문이다. 밤이나 낮이나 눈만 뜨면 리모콘으로 이리저리 트는 게 일이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잘 때나 공부할 때나 옆에서 텔레비전을 너무 크게 틀어 왕왕거리면 머리 속에도 안 들어가고 깊은 잠도 정 피곤하면 몰라도 잘 수가 없다. 그런데 틀어놓고 보나하면 어느새 잠이 들어 코 고는 소리가 나면 리모콘을 들어서 소리를 한 단계 한 단계씩 줄이다 아무 반응 없으면 꺼버린다. 그럼 조금 있다 깨던지 바로 깨서 왜 껐냐고 한다. 그러면서 또 틀어놓는다. 이런 걸 날마다 반복하니 어떤 때는 딴 방을 쓰고 싶은 때도 많다. 아래층에 딴 방이 있으면 벌써 갔을지도 모른다. 아래층에 방이 한 칸밖에 없기 때문에 안가고 간 다해도 제일 문제되는 것은 겨울엔 난방문제다. 이층으로 가기엔 주방이 멀어서 싫고, 내 책 보따리가 한 두 보따리도 아닌데 그걸 어디다 둬! 안방에 있는 책꽂이도 좁아서 뭣 좀 하려면 덩달아 내려와 방바닥을 차지하는데!
남편은 밤이 길다고 시계를 몇 번씩이나 보면서 여태 이것밖에 안됐냐고 하는데 나는 시간 가는 것이 아까워 아쉽기만 하다.
남편은 경로당에 가면 화투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화투하느라고 타동네 사람까지 날마다 차를 타고 와서 한다며 화투를 안 하는 사람이 가면 좋아 안하는 낯빛이 보인다 한다. 전에는 남녀 모여서 화투를 하니까 남편들이 좋아 안하고 말썽이 자꾸 생기니까 지금은 부녀회 방으로 여자들은 모이는 것 같다.
나는 부녀회 회의가 있을 때나 가고 그냥은 한 번도 놀러 가지를 않아서 알 수가 없는데 매일 점심도 해먹으며 재미있게 보내는 것 같다.
그러니까 2002년도에는 내가 논산복지관에서 무료로 누구나 컴퓨터를 가르친다는 것을 알아가지고 우리 차로 같이 다녔는데 한 달 다니니까 서예도 모집한다고 광고를 붙여놓으니까 남편은 그 곳으로 갔다. 나는 컴퓨터를 배우기 전에는 집에서 혼자 서예도 주방에서 했었는데 컴퓨터를 배우니 날마다 붓으로 검은 똥만 싸는 것보다는 인터넷 검색하면 화려한 색상의 이미지도 많고 세상일 배우는 것도 많아 기왕이면 이쪽이 좋겠다 싶어 이걸 하고 서예는 한번도 하지 않았지만 가끔씩은 하고 싶다. 그런데 하려면 장소를 많이 차지하니까 마땅치 않아 안한다. 그리고 내가 컴퓨터는 안 배운 것만 배우겠다고 신청만 해 놨다. 그런데 언제 연락이 올지?
남편은 영 컴퓨터에는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대로 서예실 가면 친구들도 좋고 해서 그건 오래 다녔다. 집에서는 글씨를 이십분도 못 쓰고 붓 집어던지고 밖으로 휙 나가던 사람이 두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하는 것을 보면 알파파가 많이 생긴 것 같다. 복지관에서는 점심도 싸게 팔고 이것저것 가르치니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지 논산에서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다니는 것 같다. 특히 점심때는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가 먹으면 차로, 오토바이로 가고 걸어서 가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뿐이니까. 독거노인 몇 사람은 아예 굶고 일찍 와서 식당 앞에 날마다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영세민과 장애인은 무료로 주고, 수강증 가진 사람들은 젊어도 1,000원씩 한다. 전에는 무료로 주었는데 너무 많아 좋은 차타고 좋은 옷 입고 오는 부자는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모여서 받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남편이 몇 번 입원을 하고는 건강도 좋지 않아서 차를 없앴는데 갈만한 곳이 없다. 8km도 더 되는 곳을 오토바이로 다니기는 너무 멀고 차가 한번만 타면 되는 것도 아니고 두 번을 타도 집에서 많이 나가 타야하고 내려서도 많이 걸어야 하는 변두리에 있다. 교통이 좋으면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재작년부터는 남편이 마을회관에 서예실과 컴퓨터실을 마련하면 날마다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사람들이 모인데서 말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보화 마을이라고 컴퓨터 나왔다고 하더니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마을회관에 1대를 갖다놓았는데 바로 도둑맞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서예실도 꾸며놓으면 추울 때는 난방이 제일 문제일 것이다.
읍사무소에서도 도서실에서 컴퓨터는 가르친다고 하고, 또 어느 교회에서도 시청 주관으로 가르친다고는 하는데 교회에서는 1주일에 한번씩 들었다 한다.
이렇게 갈데없는 걸 생각하면 고향에서 할아버지께서는 심심하시면 재 넘어 의원 댁까지 가시던 일이 생각난다. 그 집은 항상 몇 동네에서 마을꾼이 모였으니 명절 같은 때는 가끔 음식도 차려서 내놓고 인심도 좋고, 그래서 그 집 식구들은 일거리가 더 많았을 것이다.
할머니들은 으레 모시길쌈을 하시거나 아이를 돌보셔서 놀을 새도 없으셨다.
2008.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