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식구들의 먹고 입는 것
평소같이 변한 것 없는데
연말연시 되면
큰 명절로 아나?
양력인데!
망년회는 몇 패와 몇 번을 하나?
어제는 동네 친구
오늘은 다른 친구
내일은 또 누구
타지로 떠난 친구
전화는 몇 번 왔나
자정이 되어도 두 시가 되어도
세 시, 네 시 되어도
대문도 잠그지 않고
현관 불 밝혀놓고
전화도 아니 오네!
세상은 험악하여 무서운데
도둑이나 강도 오면 어쩐담?
돈이야 없지만, 패물이야 없지만
그놈들이 그걸 아나?
책임은 누가 지나!
대문을 잠그면 들어올 때 화낼 것이고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여섯시에 열린다던 망년회
영년 회까지 하는지
술독에 빠졌는지
계집에 빠졌는지
돈 쓰는데 빠졌는지
기다리다 밉고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새워야 하나!
하나는 좋아 죽고
하나는 상해 죽고
다 죽어라
다섯 시에 나간 사람
다섯 시에 들어오네!
뻔뻔스럽게!
해마다 여는 망년회
누굴 위한 망년회냐?
친구 위한 망년회냐?
가족 위한 망년회냐?
자기 위한 망년회냐?
88.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