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썰매타고 팽이치고

채운산 2008. 1. 6. 02:20
 

썰매타고 팽이치고


해마다 가을이 되면 아버지께서는 집 앞 수렁배미에 물을 가득 잡아 놓으셨다.

그 물이 꽁꽁 언 겨울이 되면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 썰매를 타고

팽이도 치고 노느라 점심도 잊고 논다.

식구들이 먼데서 보고 이름을 부르면 조용한 동네라 다 들린다.

부리나케 가서 밥 먹고 또 썰매 옆에 끼고 온다.

토끼털 귀마개, 솜을 넣어 만든 방한모를 쓴 애들도 있지만

귀도 빨갛고, 콧등도 빨갛고, 손등이 터서 곧 피가 날정도 돼 가지고

맨손으로 타는데

어떤 애들은 코밑에 누렁 코, 흰 코가 언제나 쪼르르 하며 다니는 애들의

무명소매에 콧물이 묻어 반질반질 해가지고 신나게 잘들 놀더니…….

동생들도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썰매를 마루 밑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가지고 가 신나게 놀았다. 토끼털 귀마개를 하고서

그러다가 해동 될 때는 빠지는 애들도 있었다.

그 물이 어떤 때는 소방수용으로 긴요하게 쓰일 때도 있었다.

땔감으로 불을 지펴서 모든 것을 익히고 데우고 하는 시대니

땔감이 여간 중요한 게 아니니까 곡식이나 채소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땔감의 자원이 되니까 잘 말려 보관을 하는데

농사를 많이 짓는 집은 나무가 해결되지만 농토가 없는 집은

전부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와야 하는데

그것도 남의 산에 가서 나무를 해야 하니 쉬운 일도 아니고

부지런해야 방도 따뜻하게 지낸다.

겨울에는 청솔가지를 쳐다가 때는 집은  검은 연기가 많이 나서 굴뚝만 봐도 안다.

청솔가지는 많이 넣어야 타며 소시개가 많이 들어가는데 솔가루가 제일 좋다.

그러나 다른 나무는 마르지 않으면 타지 않아 마려두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짚을 지붕 헤일이고

남은 짚가리를 나란히 두 가리를 앞 채전에 해놓았는데

음력 정월 열엿샛날 어떤 아이가 불을 질러 한 가리가 타버렸다.

나는 친구 모임으로 흐린 아침에 우산을 갖고 나갔는데

저녁때는 비가 제법 많이 오는데 와보니 집 앞이 훤하고 재들이 있었다.

불났을 때 재빼기에서 윷놀던 사람들이 보고 달려와 논물로 껐다한다.

바로 옆에 바가지 샘도 있다.

큰어머니께서 뒷동산 길로 어디를 가시는데 어떤 애들 둘이

짚가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셨다는데 걔들이 한 것이다.

댓살 먹은 애가 누이동생과 성냥을 갖고 나와 그어댄 것이다.

바람이 안 불어서 다행이었지 담과 지붕이 초간데 어찌할 뻔 했나?



                                              0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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