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지·기타
이 밤이 나는 좋아 못내 이루지 못한 소망들이 조금씩 깨여나는 이시간 .. 늦은 밤이지만 밤 하늘엔 별이 하나 보이지 않고 내가슴속에 스며들어 있던 수많은 상념들이 조심스럽게 눈을뜬다. 배꼽이 고개를 내밀고 한번쯤 고개도 갸웃거리고 귓가에 잔잔히 들리는 음악소리에 날맡기고 있으면 왠지 이 조용함과 고요함을 섞은 무료함이 영원 할거라는 착각이 든다. 성급히 일어나 이미 향기 잃어 버린 네스 커피 한잔을 들고 베란다 한쪽을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록색 흔들 의자에 지친 이몸을 맡긴채 어둠과 함께 환해지는 화려한 가로등 불빛들을 촛점없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고요한 적막속에 흐드러지게 깔려있는 쓸쓸함, 연한 우울함과 흐릿한 슬픔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이시간, 못내 이루지 못한 소망들이 더 아쉬운 이밤, 조용하게 두눈을 감아본다. 이룰수 없는것과 이루지 않는것들이 확연히 구분 되어지는 이시간 이룰수 없어 답답함보다 애써 이루지 않으려한 다짐에 아쉬움은 왜 더더욱 느껴 지는걸까? 스스로 돌아선 수많은 지난 사연들이 오히려 서글퍼지는 밤의 기운과 함께 서운 하기만 하다. 확연히 도려내지는 아픔에 또다시 멍하니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본다. 어쩌면 나 아닌... 다른 내자신도 아무 방패망없이 도려 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밤... 원래 밤의 기운은 너무나 깊은 진실을 가져다 주는것같다. 너무 오랜 시간 깨여 있으면 별이지는 소리와 달이 꾸물 거리는 소릴 들을수 있고 그렇게 날이 새면 간밤에 확연히 구분 지어지는 슬픔의 도가니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렇게 또 낮을 보내고 다시 밤을 맞이 하고 밤이면 깨여나는 슬픔들은 낮에는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들척이던 아픔을 숨겨온 어린애 마냥 그런 초연한 웃음만 짓는 낮인것을 간혹은 잔인하게 구는 어둠의 기운이 도려지듯 아파지지만 어두울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빛에 오히려 인도 하는건 뭘까? 어둡지만 진실을 토해내는 이시간이 나는 너무 좋다 이밤이 나는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