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사진으로 본 한국 교육 100년
19세기 후반 조선 왕조 내부에서도 근대화의 기운이 고조됐다.
전통적인 儒學(유학) 교육으로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갈 수 없고, 나라의 운명이 위태롭다는 절박함이 우리 선각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갑신정변(1884년)의 실패로 일본에 망명 중이던 朴泳孝(박영효)는 1888년 2월24일 高宗(고종)에게 「개화에 대한 상소」를 올려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兪吉濬(유길준)은 그의 저서 「西遊見聞(서유견문)」에서 구미 각국의 교육제도를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1894년 갑오경장 이후 「갑오개혁」 추진본부였던 군국기무처는 장차 소학교·중학교·대학교·전문학교·외국어학교 등을 설치할 것을 의결했다. 高宗은 1895년 2월 교육입국의 방침을 천명하는 「교육조칙」을 내렸다.
1899년 4월에는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효시인 「官立(관립)중학교」(경기고등학교의 전신)가 개교했다. 官立중학교는 1904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필자는 이 官立중학교의 제1회 졸업식 사진을 비롯해 교육 관련 사진과 앨범을 50여 년간 수집해 왔다.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해 3년 동안 전쟁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필자가 소중하게 여겼던 물건들이 모두 망실됐다. 학창 시절의 사진, 졸업앨범, 성적표, 상장,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그런 이유에서 필자는 자연스럽게 졸업앨범과 학교 관련 사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집을 하면서, 일본의 교육자료 수집가들이 일제 때 총독부가 발행한 교과서와 학교 졸업장, 상장과 성적표, 앨범 등을 비싼 값에 사 들여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필자는 일본인들의 손에 희귀한 자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료를 더욱 열심히 모았다.
필자가 수집한 자료는 舊한국시대(韓日합방 이전), 일제시대, 광복 후 한국전쟁 이전과 이후에 걸치는 졸업앨범과 사진, 성적표와 졸업장 등이다. 舊한국시대와 일제시대의 자료는 요즈음 구하기 힘들다. 일찌감치 수집을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애써 모은 자료 가운데 한국의 교육史를 보여 주는 사진들을 간추려서 공개한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하고 찍은 졸업사진은 곧바로 일장기를 배경으로 한 졸업사진으로 바뀐다. 국권상실을 이것보다 선명하게 보여 주는 사진은 없을 것이다.
사진들 속에는 兪吉濬(유길준), 漁允迪(어윤적), 白南雲(백남운), 趙炳玉(조병옥), 아펜젤러 같은 교육자들이 등장한다. 이 사진을 통해 月刊朝鮮 독자들이 지나간 세월의 한켠을,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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