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우리 산
이 사진을 보면 제일 가까운 산은 울바위고, 조금 떨어져 오른쪽으로 둥그스름하게 보이는 산이 우리 산이었습니다. 보이는 곳이 다는 아니고 좌우로 경계가 보이는데 가운데께 가 우리 산입니다. 나 어렸을 때 민둥산을 사서 할아버지께서 다른 산에서 솔방울을 구럭에 따다 씨 받아 옆 채전에 모 부었다 삼 년이 되면 아버지 부자 분이 모종을 해서 가꾼 산입니다. 송충이가 많을 때는 집게와 깡통에 재를 담고 석유를 조금 부어 갖고 다니시며 잡으셨습니다. 그 때는 우리 나라 산들이 거의 민둥산이였습니다. 하늘에서 보면 우리 나라만 산이 벌겋게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왜 그러냐면 나무를 가꾸지는 않고 땔감으로 어린 나무들을 아주 밑동을 베어갔습니다.
농사를 많이 짓는 집은 부산물로 땔감도 걱정이 없지만 가난한 집은 남의 산에 몰래 가서 나무를 해다 때고 또 장에 내다 팔아야 돈이 생기고, 품팔이나 해야 돈을 만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날마다 품팔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부지런히 나무라도 해 놔야 돈벌이가 되지요. 나무가 크면 옆 가지도 칠 수 있지만 나무들도 어리니 베어봤자 얼마 안 되고 또 가을이나 겨울엔 낙엽 긁고 등걸을 캐서 쪼개어 말려야 하고, 여름이나 초가을에 풋장 나무는 오래 말려야 땔감이 완성됩니다.
겨울에는 청솔 가지를 때야 방이 따뜻하다고 금방 해온 나무를 말리지도 않고 아궁이에 가득 넣고 솔가루 같은 것으로 쏘시개 해서 때는데 나무가 몇 배 듭니다. 그럼 불 때기도 자꾸 꺼져서 어렵고 눈물 짜가며 때야하고 굴뚝에선 시커먼 연기가 굉장합니다. 누가 봐도 저 집은 청솔 때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나무장사들은 겨울에는 솔방울을 따서 가마니에 담아 지게에 지고 장에 가 팔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스무 살 쯤 먹었을 때는 우리 나라에서 봄이면 사방 공사를 몇 년 했습니다. 사람들을 사서 산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덕에 오늘 날 산들이 푸르게 되었습니다. 고향엔 산골이라 나무 하기가 그래도 수월했지만 강경 같은 평야 지대는 나무 하러 사십 리나 가야 해왔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니 산 밑에 밭이 보입니다. 그 밭은 아버지께서 일구어 고추 심고, 메밀 심던 밭입니다. "메밀꽃 필 무렵"처럼 선합니다. 그 밭에서 고추 따고, 동부 따던 일이 새록새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