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탈 쓴 사람들
여우 탈 쓴 사람들
부부간에 헤어져서 마누라는 숨어살고
자녀들도 안 거둬 이리저리 제대로 크더니
아버지에게 전화번호도 안 일러주고
집도 안 일러 준다
아버지가 돈을 물 쓰듯 하고
어머니도 노름까지 한다
그러니까 자녀 또한 그러하다
결혼을 했으면 남편을 섬기나
자식을 낳았으면 자식을 거두나
부모 계시면 봉양을 하나
식구 생일 알아도 모르는 척
돈 번다고 나가서 떠돌아다니는데
엄마 그립다고 오라해도 안와
식구들의 권유로 같이 살자 했더니
초교 오학년 때 들어와서
엄마 사랑받고 살려 했는데
푼수 같은 엄마는 혼만 내주니
다른 엄마 비교하며 병까지 나고
엄마 모든 흉 알아 실망이라
신경의사 하는 말은
아이는 어른 같고 엄마는 아이 같으니
엄마를 이해하며 살라 하네
처녀 때부터 아파 영양제라 속이고
지금까지 약으로 사는 사람이
아이보고 하는 말은
“할머니처럼 아프려면 밥도 먹지 마!”
이 말을 들은 노인이 목구멍에 밥 넘어가랴
남편회사 출퇴근에 밥도 제대로 안 차려주고
식성 짧은 아이 밥을 먹게 해주지도 않고
도시락 남겨오면 다 안 먹었다 혼내기 일쑤
식구들 양말 한 짝을 빨아주나
자식을 사랑하나 용돈을 주나
병든 할머니가 고이 길러 준 것조차 얄미워
어리다고 착한아이 트집 잡아 혼내서 기죽이고
밖에서는 얼마나 자랑을 하는 지
지금 세상 그런 며느리 없다고
모든 사람들이 칭찬을 한다네
이따위 저따위 하며 어른께
욕지걸이 서슴지 않고
말로는 뭣이든지 모르는 게 없고 잘난 체하니
안 겪어본 사람들 곧이 들겠지
고로롱팔십에 피골이 상접해 누어서
밥도 제 때 못 먹어도 오래 살아
말 못할 사연만 가슴에 묻고
이 꼴 저 꼴 보면서 효자 효손 걸린다
밥을 가게로 퍼가거나 먹으려면
안쳐라도 놓고 가야 와서 먹지
남편이 와보면 찬과 밥이 있어야 먹지
남편 위장병이 생겨서 밥도 못 먹어
아픈 시어머니가 희금자 죽 끓여놨더니
홀랑 먹고 가버렸으니 뺑덕 어미 환생했나
먹을 만한 찬은 아이 줄 것이라도 남겨놓고 가야지
식구들 밥도 안주고 저만 먹고 싹쓸이로 가게로 가면서
다른 사람들 보고는 돈벌어 식구 먹여 살린다 하고
양념하나 안 사서 기본양념도 없고
보리차 떨어지면 맹물 끓이며 올려놓고 자서
그릇마다 타서 까매지면 닦지는 않고
다른 그릇 또 태워 위험! 위험!
가게의 잡종세금 남편보고 내라하네
돈 벌어서 혼자 사치와 낭비로 다 쓰면서
시어머니 생신 안 보려고 전날 나가면
몇 미터밖에 안되는 가게에도 없고
딴 놈하고 신이 다니느라 나가면 안 들어온다
이혼을 하려해도 제 실속 차리느라 안 해준다
그래도 이집 희망은 어미 안 닮고
곧게 자라는 아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