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그리운 아버지

채운산 2008. 1. 15. 17:57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그리운 아버지

지금도 춥습니까,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우신가요?

몹쓸 병마에 시달리고 계신 아버지

멀리서 하우스원예 한답시고

달려가지 못함이

불초한 이 여식은 아버지 생각뿐입니다.


지난 가을 오셨을 때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역까지 짐 이어다 들이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사람들 때문에 맘 놓고 울지도 못한 채

바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금년 봄 밀레 때 오신 것이 마지막이실 지도

고향 마차실 또 못 가실 것 같고

선영으로 가실 길만 남았습니다.


요새는 모내기 한창이라 일꾼 없어 못가고

철거하면 저희 내외 찾아뵙고

방학 땐 삼남매 보내겠습니다.


손님들은 찾아오고 어수선한데

어머니 하실 일 더 많으시온데

같이 누어 계시오니 큰일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야하는 길

안팎살림 두루 돌아다니시던 아버지


부디부디 곱게 곱게 가시옵소서.



1994. 5. 23 아버지께 부침

 

일꾼 : 하우스의 창을 시간 맞춰 열어주고, 닫아 줄 사람


낮에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위암이시라고 전화를 하셨는데 저녁때는 작은아버지께서 또 전화를 하시는데 어머니는 편찮으셔 꼼짝도 못하셔서 그 동안은 아버지께서 밥해 잡수셨다는데 작은 아버지께서 모시고 싶어도 체면상 모실 수 없고 온 식구들이 아파서 정신없다 하신다.

아버지는 암인 줄도 모르신다며 앞으로 1년 아니면 6개월 그렇잖으면 4개월로 보고 계시다 는데

우리 집으로 오시지도 않으실 테고 참 걱정이다.

아들들은 효가 지극하지만 며느리들이 왜 이렇게 생겼나?


*남편은 저녁에 나가 친구들과 놀고 새벽 4시에 들어왔다.

나는 주방이 내 서예 실이라 눈 어두신데 안경까지 챙기 시려면 불편하실까봐 붓 펜으로 쓰고, 다른 고향에 대한 시 1편과 부쳤더니 식구들이 보여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하다 보여들이니

“내가 그렇게 쉽게 줄을 줄 아니?”

하셨다는데 그때 사촌동생의 내외와 큰어머니도 계셨는데 이 시를 보고 듣는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하시고, 나중에 고모가 오셔서 복사하신다고 갖고 가셨다고 하셨다

 


그해 가을에 돌아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