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글

어머니

채운산 2008. 1. 14. 06:44
 

어머니


어쩔 수 없는 처지로

인사도 못하고 울며 떠나실 제

저는 빌었습니다!

건강이나 하시라고요

고통도 건강하면

이길 수 있으니까요


반평생을 지긋지긋한

폐결핵으로 싸우셨으니 까

끈질긴 분이시니까 이기신 거예요

그 때 결핵환자들

힘센 용남이 엄마 묘한이

예철이 엄마 정자 외삼촌

부자였지만 돈으로 못 이기고

오직 어머니만 지혜와 인내로

이십구 년 동안 슬하에서 모셨으니까요

게브랄티를 사려고 대전시내 약국들 다 다녔지만

대우당 약사가 이름조차 모르고

이름도 우습다 했습니다.

유신약국에서는 미제나 독일제 스위스제 뿐

이걸 잡수시면 살이 통통 찌셨으니

얼마나 좋은 영양제인지!


마침내 보건소로 약 타러 갔는데

희소식을 듣고 날아갈 듯

집으로 달려왔어요.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지난 번 내가 갔을 때도 그런 말 하더라

하지만 믿지 못해 가보라 했다“


그 이듬해 여름

뜻하지 않던 각혈로

울며불며 사정해서

응급 치료와 입원을 시키고

준비 물 가지러 올 때는 정신이 없어

한 정거장 더 가 조폐지 앞에서 내렸어요.


구사일생이신 어머니는

힘을 못 쓰시니까

걸음조차 활발치 못하셨습니다.

이런 어머니가 쉴 새 없이 일을 하셔야하고

마음조차 편하실 때가 없다니!

농촌에 파묻힌 몸 자주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번 방학 때 애들 데리고 가렸더니

동생의 댁 눈치 봐야 한다고 오지 말라 하셨어요!



87. 12. 21